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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예술가 마티유 브라이언드(Mathieu Briand) 인터뷰 - "어떻게 예술을 하고 돈을 버는가"에 대한 소고

예술법 | Art Law

by 서유경 변호사 2020. 11. 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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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매체인 《VICE Austrailia》에서 지난 2018년 6월에 게재하였던 마티유 브라이언드(Mathieu Briand)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마티유는 프랑스 파리와 호주 맬버른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각가이자 설치예술가이며,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소개되어 전시되기도 합니다.

예술계에서 소득지위 격차의 문제는 늘 지적되어 왔습니다. 호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호주 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한 보고서(A report by the Austrailian Council for the Arts)에 따를 때, 호주 예술인들의 연소득은 평균적으로 $18,900 AUD(2020년도 KRW 기준으로 약 1,500만 원 정도)이었으나, 상위 12%의 연소득은 $50,000 AUD(2020년도 KRW 기준 약 4,000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브라이언드의 경우 예술가로서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데, 그 뜻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돈을 잘 벌고 있는 예술가라는 것입니다. 《VICE Austrailia》는 마티유를 '성공적인 예술가'(a successful artist)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단순히 창작의 측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관리하며 나아가 돈을 버는 방법까지 구축하였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예술적 성공이란 것은 독립적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하고 이루고 싶은 일을 성취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면서 말이죠. 그러나 재정적으로 독립적이 되지 못한다면 예술적으로도 독립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돈은 언제나 중요하죠. (The key to (artistic) success is to be independent - having the freedom to achieve what you want to achieve.  But you can't be artistically independent unless you're financially independent. So money has alwas been important.)

 

마티유는 예술가에게 있어서 돈에 관한 문제는 터부(taboo)시 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영속적으로 창작을 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브라이언드는 자신이 어떻게 예술을 하며 돈을 벌어왔는지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돈에 관하여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첫째, 열심히 일하되, 영리하게 일해야 한다는 것. WORK HARD, BUT WORK SMART
  • 둘째, 받아야 할 보수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 KNOW YOUR FEE
  • 셋째, 장래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 PLANNING AHEAD
  • 넷째, 돈을 버는 방법이 항상 작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것. CASHING IN ISN’T ALWAYS SELLING OUT
  • 다섯째, 현재 위치에서 창작할 수 있는 것을 창작할 것. BE WHERE IT IS OR MAKE IT
  • 마지막으로, 멈추지 말 것. DON'T STOP

그는 재정적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반드시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합니다. 에꼴드보자르(Ecole des Beaux-Arts)에서 23세 때 퇴학을 당한 이후, 그는 초창기부터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해서든 많이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을 로컬 뮤지엄에 소개하기 위하여 관계자들을 귀찮을 정도로 재촉을 해왔다고 하며, 그 결과로 겨우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마티유의 태도를 잘 살펴볼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작품이 어느 시스템에서도 맞지 않는다면, 당신이 바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If your work doesn't fit in any system, you have to invent (the) system.)

마티유는 자신이 집안에서 돈을 조달하여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는 '내가 돈을 벌어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예술을 할 것이다'라는 생각 자체를 버렸다고 합니다. 아주 젊은 시절부터 작품활동이 곧 돈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각인하였다는 것이지요.

마티유는 초년 예술가 시절부터 작품에 대한 요구를 명시적으로 해왔습니다. 만약에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작품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거나 자신의 작품을 저급으로 취급할 경우, 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를 해왔다고 합니다.

사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작품을 전시할 때 작가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돈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적은 액수만 지급하는 등의 관행이 있는 환경에서 과연 작가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마티유는 '젊은이 특유의 거만함과 자기본위성의 조합(the combination of youthful arrogance and egocentricity)'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마티유는 그 기질이 상당히 강하며 고집도 만만찮은 성격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마티유는 예술가가 반드시 예술을 함으로써 돈을 벌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요컨대, 예술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 양립가능하다면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벌어도 된다는 것이지요. 예술을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예술을 하며 다른 업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마티유의 경우 '로봇'이나 '포르쉐' 자동차와 같은 수집품을 모아서 되파는 방식으로 부업을 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작품이 진전이 잘 되지 않거나 잘 팔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부업을 통해 번 돈으로 충당을 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계속하여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드가 자신이 '로봇'이나 '포르쉐' 자동차 등을 되팔았을 때 남긴 수익 등을 살펴보건대, 그는 상당히 돈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점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브라이언드의 돈에 대한 감각과 재능과는 별도로, 반드시 예술가가 예술을 통해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등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컨대, 작품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면 스스로의 생계나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구를 하되, 그것으로 하여금 창작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부업을 하며 창작활동에 매진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된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 자신만의 경제적 지지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담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을 읽는 제 입장에서도 다소 복잡미묘하게 와닿은 부분이 있습니다. (돈을 버는 본업으로)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상당히 고된 순간이 있습니다. 잠을 자는 시간만 확보하는 것만 하더라도 버거운 일상이 있습니다. 그런 틈을 내어 하고 싶었던 예술 분야의 이슈를 찾아보고 논문을 읽고 제 개인의 글을 써보기도 합니다. 예술 전공자였던 과거의 생각들을 꺼내어 보면서, 지금 내 나름대로 이렇게 예술 분야의 이슈들을 꺼내어 살펴 보는 것이 내 나름의 창작활동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일이 따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라 나름의 의미와 즐거움이 있기에 하는 것입니다. 


마티유의 작품을 보려면 위 웹사이트(www.mathieubriand.com)를 방문하여 보면 됩니다.


서유경 (Yukyung Seo)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

Blog: arteco.legal/
E-mail:
 ykseo@artislaw.pro
Website: www.artislaw.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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