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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한글꼴연구회 (가나다라 7호) 서유경 변호사 인터뷰

디자인법 | Design Law

by 서유경 변호사 2022. 8. 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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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시디 한글꼴 연구회의 의뢰로, 폰트와 글자체에 관한 법률자문 감수를 했습니다. 폰트파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글자체는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연구회 구성원들과 교류를 하면서 연구자료들의 퀄리티가 점차 좋아지는 것을 보고,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구나 싶어서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한글꼴연구회는 1992년 결성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타이포그래피 소모임입니다. 가나다라는 특정 주제에 관한 한글꼴연구회의 리포트이자 비정기 출판물입니다. 2006년 첫 호가 발간된 이후, 2008년 2.1~2.4호, 2009년 3호, 2012년 4호, 2015년 5호, 2019년 6호, 그리고 연구회 결성 30주년을 맞은 2022년에 7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출처: 타이포그래피 서울(Typography Seoul)

 

 

[123 읽자이너] #17 『가나다라 7: 종이 밖으로』(한글꼴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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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ypographyseoul.com

 

 


 

서유경(디자이너 출신 변호사 ·변리사) 인터뷰

 

그리고 서유경 변호사는 전문가로서 인터뷰도 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변호사이자 변리사로서, 가능한 진솔하게 제 생각을 담았습니다. 앞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 가령 '리걸 디자인'(Legal Design)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습니다.

한글꼴연구회는 이하 ""이라 하고, 서유경 변호사는 이하 ""라 합니다.

 

※ 인터뷰 전문은 홍대 시디 한글꼴 연구회의 사전 허락 하에 업로드 합니다. 본 블로그의 링크를 통해 읽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본 블로그 이외의 곳에서 홍대 시디 한글꼴 연구회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복제되거나 배포되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 최근에 HCI 학회에서 ‘리걸 디자인legal design’ 분야를 발제하신 근황을 봤어요. 저희한테는 조금 생소한 개념인데 리걸 디자인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 리걸 디자인은 최근에 떠오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여러분에게만 생소한 게 아니라 제게도 새로운 분야예요. 리걸 디자인은 법률 수요자의 경험 측면에서 법과 제도를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합니다. 법과 디자인의 관계에 대해 통상적으로 지금까지는 법의 관점에 서 디자인을 바라보았고, 디자인은 법적 보호 대상으로 정의되었어요. 리걸 디자인은 역으로, 법과 제도를 디자인 대상으로 해요. 디자인 관점에서 법과 제도의 수요자인 일반 시민에게 어떻게 법적 경험을 증진할지 생각하죠.

리걸 디자인을 새로운 개념으로 생각하기보다 기존의 디자인 방법론을 법과 제도에 접목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예를 들어 사람과 자동차, 사람과 휴대폰, 사람과 컴퓨터의 관계를 디자이너가 고민하다 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유저 인터페이스가 생겼잖아요. 리걸 디자인도 물리적 디바이스를 사용하진 않지만 디자인을 통해 사람과 법, 제도 등의 복잡한 관계,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예를 들어 의사소통 과정을 우리가 도식화해 알고리즘을 파악할 수도 있죠. 실제로 저는 변호사로서 의사소통 시각화를 실무에 적용해보니 굉장히 효과적이었어요.

기존 법률 시장에서 의사소통 과정은 고도의 교육과 전문성을 가진 법률가를 중심으로 이뤄졌어요. 법률가는 법률 서비스의 제공자, 공급자에 해당해요. 한편 법률 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상호작용에 의해야 해요. 결국 수요자인 일반인(비법조인)을 중심으로 인식하기 쉽고, 이용하기 편한 법률서비스 체계를 만들어가도록 서비스 디자인, 경험 디자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연구하여 개발해야 해요. 지금까지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공급자, 즉 법률가 중심이었다면 일반적 수요자를 대상으로 법률서비스의 경험을 증진한다는 개념이 핵심이에요.

 


: 법률 사무소와 관련된 질문이에요. 표절의 경우 법보다는 윤리적 차원의 문제로 알고 있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도 있는데 표절 논쟁을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 표절은 좁게는 법적인 개념, 더 넓게는 윤리적 영역까지 포괄해요. 윤리나 철학, 그 업계나 학계의 기준으로 생각할 수도 있죠. 법적 침해는 법률상 요건 및 관련한 법리라는 명확한 판단기준이 있어요. 저작권 침해, 디자인권 침해, 아이디어 탈취행위, 타인의 성과를 도용하는 행위, 무임 승차행위 등은 법적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어요. 그에 비해 표절은 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령 법적 책임을 지지 않더라도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경우까지 포함해요. 즉, 표절은 법적 측면뿐만 아니라 윤리적 측면까지 포함한다고 봐야 하죠.

표절은 주로 윤리적 영역에서 문제가 돼요.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방했을 때 패러디인지, 표절인지, 침해인지 그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가 많죠. 법적 침해로 판단되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지만 법적 침해인지 모호하다면 우리 사회에서 옳고 그른 것, 그 업계나 학계에서 바람직하게 행동해야 할 윤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파악하게 돼요. 다만 그 윤리적 기준 또한 너무 추상적이거나 포괄적이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방침이나 지침 등으로 구체적 가이드가 주어지기도 해요. 표절을 했지만 사회적 비난만 받고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표절에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고 보기 어렵죠.

대조적으로 저작권 침해, 디자인권 침해, 상표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 등은 우리 사회에서 명확하게 합의한 기준, 즉 법률에 따라 판단할 수 있어요.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구할 것인지, 형사처벌을 구할 것인지 등은 법률가가 전문성을 가지고 조력할 수 있어요. 한편 폭넓은 관점에서 표절과 관련해서는 그 업계, 학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고민하여 방향을 잡아가야 합니다. 어렵겠지만 법률가의 시선과 업계, 학계, 사회적 시각을 모아 꾸준히 논의해야 해요.

 


 

: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 소송을 지양한다고 밝히셨어요. 소송이 디자이너와 작가의 평판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저희도 공감하는데요, 분쟁을 원만히 해 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지향하시나요?

: 정확하게 말하자면 되지 않을 소송을 지양한다는 것이지 소송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소송대리는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라는 전문직이 할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하고 핵심적인 무기예요. 소송은 의뢰인과 변호사의 협력이 필요해요. 그 과정에서 변호사가 유능해도 의뢰인이 소송에서 질 게임이라면 소송을 권하지 않는 게 맞아요. 사건 의뢰를 보면,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이미 지고 가는 게임인 경우가 많아요. 계약서 단계부터 그래요.


실무상 제대로 된 계약이 아닌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유능한 디자이너도 자기 작품에 들이는 정성과 별개로 계약서 내용을 명확하게 숙지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계약의 의미도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곧 그 위험부담에 대한 책임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의심 없이 서명날인을 해버린 계약에서 계약상 분쟁이 발생해 변호사를 찾아올 경우, 소송으로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말씀드리고 소송이 아닌 대체적 분쟁 해결 제도 또는 협상 등을 권해요. 법원에서 소송으로 다툰다면 100% 지는 게임일 수 있지만 조정이나 합의, 협상 등 을 거친다면 40~50% 정도는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도 있어요. 혹은 제3의 답을 찾아가는 합리적인 과정도 있을 거예요.

또한 소송은 현실적으로 돈과 시간이 많이 소모돼요. 제가 맡았던 사건 중에서는 1심만 6년, 2심은 약 1년 정도 걸린 사건이 있어요. 대법원에 상고하기를 포기해서 약 7년 정도 걸렸죠. 그 시간 동안 소송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과 이익에 비해, 소송비용 및 시간적 소모 과정을 감수하기가 힘들어요. 현실적으로 디자인 산업에서는 잘 알려진 곳이라도 벌어들이는 수익이 영세해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소송하는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감안해야 해요. 그리고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득실을 따져서 합리성과 효율성을 검토한 다음 소송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해요.

 


 

: 폰트 디자이너가 법과 관련해 놓치기 쉬운 것은 무엇일까요?

: 저작권법상 보호할 수 있는 것(폰트 파일, 프로그램 저작물)과 디자인보호법상 보호할 수 있는 것(글자체, 폰트)이 달라요. 많은 디자이너가 글자체 도안을 데이터 파일로 변환하는 단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아요. 여러분이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글자체 도안을 만들어도 디자인등록을 고민하거나 우선순위로 두는 경우는 적을 거예요. 때로는 글자체 도안을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죠. 이러한 부분은 단순히 ‘그리기’ 중심의 교육보다는, ‘데이터화’까지 고려하도록 교육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작권법은 창작자주의 대원칙에 따릅니다. 창작을 한 사람에게 저작권이 발생해요. 한편 디자인보호법은 등록주의에 따라서 창작자가 아니라 디자인을 출원하여 등록한 사람에게 권리가 발생해요. 다만 여러분이 폰트 회사에 취직해서 업무로 폰트 파일을 만든다면, 창작자주의 대원칙의 예외인 업무상저작물 법리를 적용받아요. 즉, 폰트 회사에서 디자이너가 만든 폰트 파일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회사에 귀속되지, 창작자인 디자이너에게 귀속되지 않아요. 업무상저작물인 폰트 파일을 회사가 프로그램 저작물로 등록하는 것이죠.

폰트 파일과는 달리 글자체 도안과 관련해서 디자이너가 디자인권으로 등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스스로 원천봉쇄하기도 해요. 디자인보호법에서 다루는 디자인 분야는 수업 과정에서 ‘신규성’, ‘신규성 상실’, ‘신규성 상실의 예외’라는 법적 개념을 반드시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독창적으로 심미성을 가지고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인권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신규성과 창작성 요건이 중요해요. 디자인을 기존에 어디에서 공지하거나 노출했다면 그 시점부터 신규성이 상실되어서 디자인권리자가 될 수 없어요. 설령 디자인등록이 되어 디자인권리 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신규성 상실이 발견되면 무효 사유가 발생해요.

미술대학은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고 홍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교육하고 있는 듯 해요. 그런데 신규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예쁘고 멋지고 기발하게 잘 만들어서 포트폴리오 홍보나 전시부터 권유하죠. 굳이 오프라인 전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많이들 업로드해요.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 최초의 순간부터 신규성이 상실되어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죠.

그래서 이번에 저는 서울대 디자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5주에 걸쳐서 법률 강의를 진행했어요. 디자인권리를 확보할 것인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본인 의사결정에 달렸지만, 이런 정보에 무지한 상태에서 디자인권리를 받을 가능성 자체를 원천봉쇄해서는 안 돼요.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의 법적 개념을 학생 시절부터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인 분야마다 권리화하는 방법,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법도 달라요. 그래픽 디자이너가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되지만, 제품이나 폰트 디자이너가 인스타그램으로 자기 창작물을 홍보하는 것은 디자인보호법 상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독이 되죠. 경영이나 엔지니어보다 디자인 전공자는 법적 개념에 둔감한 경향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아웃풋을 내는 것도 중요한데 그 아웃풋으로 권리를 확보하고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도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해요.

 


 

: 문화예술 분야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데 법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이지 않잖아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작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화예술 분야만 빠르게 변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빠르게 변해요. 법과 제도는 상대적으로 뒤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법은 자유의 영역에 구속력을 가지고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자유의 영역에서 변화에 대응하여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다가, 그 안에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때 비로소 법과 제도를 논의하게 돼요. 모든 분야는 현상이 먼저 발생하고 사후적으로 법과 제도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거든요.


NFT나 메타버스 같은 분야는 너무나도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법지대가 아니냐며 우왕좌왕하기도 해요. 이 분야에 대해 여러 가지로 법과 제도에 관한 논의가 있지만, 법과 제도의 현실적 마련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국가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적자치의 영역에서 구속력을 갖는 ‘계약’이에요.

법과 제도로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산업분야는 사적인 영역에서 구속력을 발휘하는 계약이나 약관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플랫폼과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 간 계약인 ‘약관’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어요. 계약이나 약관의 내용을 잘 검토하고 그 내용에서 발견되는 법률상 이슈를 향후 입법 영역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플랫폼 기업이 컴플라이언스(준법 의무)에 관심을 갖는 만큼, 플랫폼 기업과 거래하는 공급자인 디자이너,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또한 법률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디자이너,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는 법률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이전에 “이게 업계 관행이야”, “우리는 이렇게 일해 왔다”라는 말로 법률 관련한 논의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때 “무엇이 관행인가요?”라거나 “이렇게 일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되물으면 굉장히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대답해요. 또한 각자가 생각하는 관행이 서로 불일치하기도 해요.


입법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안내하는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가이드를 마련하려면 결국 업계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서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리고 긴 문서로 산만하게 나열하기보다, 적절한 다이어그램, 표, 인포그래픽, 픽토그램 등으로 의사결정 과정 및 정보를 시각화함으로써 간결하고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이 처음에 말씀드린 리걸 디자인의 영역이에요.

새로운 플랫폼에서 활동하려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는 약관을 비롯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등을 꼭 참고해보세요. 이것은 가장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정보이고, 이 정보를 꼼꼼하게 숙지하는 것은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이 법적인 구속력을 반드시 전제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플랫폼을 이용할 때 바람직한 행동 방침을 제시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플랫폼 자체에서 제재해요. 틱톡, 인스타그램, 제페토 등 많은 신규 플랫폼에서 법적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것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지하고 있어요.

많은 인하우스 변호사 또는 회사 자문 로펌 변호사가 관심을 가지고 플랫폼 관련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죠. 산업계는 이런 부분이 구체적으로 다뤄지는 데 비해 정작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는 분산되어 있어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기 어려워요. 협회 혹은 개별적 소통 단위에서라도, 규범적 가치에 대한논의가 필요한 현실이죠.

 


 

: NFT, 메타버스 분야에도 관심이 있으시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도 폰트를 NFT로 팔아보면 어떨지 궁금증이 생겨, 시험 삼아 오픈씨Opensea에 직접 올려봤어요. 일단 OTF, TTF는 판매가 안 돼서, 이미지 파일을 올리고 구매 후에 폰트 파일을 보내주겠다고 기재해뒀어요. 그런데 NFT를 통해 정확히 어떤 권리를 양도하고, 구매자가 후에 폰트 파일을 어떻게 사용하거나 소유하도록 할지 여전히 의문이에요.

:제가 하나 질문할게요. A라는 매수인(제1매수인)이 폰트 파일을 매수한 다음, 그 폰트 파일에 대한 NFT를 B라는 매수인(제2매수인)에게 팔 수 있잖아요. 이 경우 제1매수인 A가 더 이상 NFT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할 때, 한글꼴연구회는 A에게 폰트 파일을 지우라고 할 건가요?

 

: 저라면 지우라고 할래요. 제1매수인 A가 제2매수인 B에게 폰트 사용권까지 함께 양도했다고 생각해요.

:제1매수인 A가 과연 지울까요? 만약 A가 폰트에 관한 NFT를 매도했지만 제공받은 폰트 파일 자체를 지우지 않겠다고 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이때 한글꼴연구회에서 A에게 폰트 파일을 지우라고 주장했는데, 제2매수인 B가 A에게 폰트 파일을 지우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A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요?


이렇듯 NFT 거래와 관련해 아직까지 그 법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거래 실무부터 출발하다 보니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NFT와 관련한 분쟁도 많고 소송도 발생하고 있어요.NFT 자체가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 불확실하고 NFT에 ‘디지털 소유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어요.

어쨌든 만약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논의하자면 ‘소유권과 저작권의 충돌’이라는 전통적인 법적 쟁점을 우선 떠올릴 수 있어요. 최근 법률상담을 했는데, 어느 갤러리 관장님이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연락하셨어요. 갤러리 전속 작가 작품을 오프라인에서 팔기로 로 했는데 그 작가가 작품을 NFT로 만들어서 팔았다는 거예요. 엄밀히 말하면 오프라인 매매는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 이전 매매계약이라 미술품에 관한 NFT 거래까지 포함한다고 보긴 어려워요. NFT가 저작권 적용 대상이라면 무형의 저작권 거래가 되니 소유권 거래와 저작권 거래 둘 다 유효하지 않냐는 거예요. 이때 미술품 소유자와 미술품 NFT 권리자 간에 권리 충돌이 발생할 수 있겠죠?

한글꼴연구회의 질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오픈씨의 약관이나 가이드라인을 잘 읽어보세요. 다만 그에 대한 응답은 불충분할 수 있어요. 그래서 거래를 할 때 ‘NFT 시장에서 폰트 파일을 민팅하여 NFT로 거래할 경우, 폰트 파일에 유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저작권을 양도하는 거래로 간주할 것인가, 아니면 폰트 파일 저작권은 한글꼴연구회에 있고 다만 독점적으로 이용 허락하는 계약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관한 별도의 특약사항을 명시해야 해요. 이런 부분을 논의하고, 특약으로 대비한 다음 거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 NFT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디자이너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요?

:자신의 권리를 잘 확보하여 보호받도록 초기 대응력부터 갖춰야 해요. 입법이 미비한 상황이라면, 더욱이 계약을 잘 검토하여 체결해야 하고, 플랫폼 약관도 면밀하게 숙지해야 해요.


만약 한글꼴연구회가 폰트 파일을 NFT로 만들어 거래하는 것을 제가 자문한다면, 거래하기 전에 먼저 글자체 도안을 디자인권으로 출원해보고 폰트 파일에 대해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하자고 했을 거예요. 그 후에 거래 방식은 폰트 파일 저작권이나 글자체 도안에 대한 디자인권 지분권을 양도하되 NFT 매수자와 특약사항을 걸어둬 초기 거래에 대비하자고 권했을 것 같아요.

초기 거래 상황에서 ‘현재는 무료 배포이지만, 향후 유료로 전환할 경우 공동저작권자 혹은 공동디자인권자에게 수익을 몇 퍼센트로 배분하겠습니다’라는 조건을 달 수도 있겠죠? 물론 다른 방향으로 특별한 조건 등을 달 수도 있고요. 새로운 분야일수록 입법이 미비할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가이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역으로, 자유롭게 조건을 설정할 수 있기도 해요. 이런 부분을 연구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어요.


 

: 마지막으로 예술 분야와 관련해 활발히 활동하는 변호사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저는 예술가(디자이너)와 변호사라는 두 가지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 나아가 아티스트, 크리에이터의 법적 지위와 권리 문제를 조명하고 싶어요. 기존에는 이들의 권리 문제를 주로 지식재산권법에 한정하여 논의해왔어요. 하지만, 저는 일반 계약법에서 출발하고 싶어요.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디자이너는 움직이는 1인 기업이 될 수도 있고 거래 과정의 주체이기도 해요.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가 찾아올 때 거래 질서에 관한 법적 보호도 중요해요. 기존의 예술시장을 이끌던 사람이 스스로 배움의 영역을 좁게 인식하지 않길 바라요. 제가 바라는 목표는 문화예술 비즈니스에 가장 최적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예요. 좋은 계약, 좋은 비즈니스를 선도하도록 함께성장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어요. (끝)


 

서유경 (Yukyung Seo)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
Blog: arteco.legal/
E-mail: ykseo@artislaw.pro
Website: www.artislaw.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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